스타트업 투자 심사를 할 때 투자자들이 가장 주목하는 것 중 하나가 '팀'이다. 아무리 혁신적인 아이디어라도 실행하는 사람들이 별로면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조직문화'를 묻는다. 팀원들의 스펙이나 경력뿐만 아니라 이들이 어떻게 일하고 어떤 방식으로 소통하며, 어떤 가치를 공유하는지를 묻는다. 조직문화가 사업의 성패를 좌우한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알게 된 것이다.
조직문화를 복지나 분위기로 이해하는 경우가 많다. 자유로운 출퇴근, 간식이 가득한 냉장고, 수평적 호칭 같은 것들 말이다. 물론 이런 것들도 문화의 일부다. 하지만 이는 본질은 아니다. 진짜 조직문화는 '우리가 어떻게 의사결정을 내리는가', '실패했을 때 어떻게 반응하는가', '의견이 충돌할 때 어떻게 해결하는가'와 같은 보이지 않는 운영 방식에 있다.
스타트업 문화의 본질 시리즈 글 모음
#1. 조직문화는 스타트업의 전략
#2. 창업 초기 문화 설계
#4. 채용 및 온보딩과 문화
#5. 리더십의 언어
#6. 실패와 피드백 문화
#7. 확장기의 조직 문화 전략
전략으로서의 조직문화
스타트업에서 조직문화는 왜 전략이 될까?
자원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문화는 가장 강력한 실행 엔진이기 때문이다. 대기업처럼 체계적인 프로세스나 매뉴얼이 없는 스타트업은 불확실성 속에서 빠르게 의사결정을 내려야 한다. 이때 공유된 가치와 원칙이 있으면 리더가 일일이 지시하지 않아도 구성원들이 스스로 판단하고 움직일 수 있다.
넷플릭스의 유명한 원칙 '콘텍스트, 낫 컨트롤(Context, not Control)'이 좋은 예다. 세세한 규칙 대신 맥락과 원칙을 공유하면 각자가 상황에 맞게 최선의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철학이다. 이는 인사 방침을 넘어 조직 전체의 속도와 효율을 극대화하는 전략적 선택이다.
문화는 인재를 끌어당긴다
스타트업이 대기업과 경쟁할 때 연봉이나 안정성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문화는 다르다. 자신의 가치관과 일치하는 조직에서 일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 빠르게 성장하고 임팩트를 만들고 싶어 하는 인재들은 문화를 본다. 토스가 '투명성'과 '합리성'을 강조하며 일하는 방식을 공개했을 때, 수많은 지원자가 몰린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반대로 문화가 명확하지 않거나 말과 행동이 다른 조직은 인재를 잃는다. 초기 멤버가 떠나는 이유 중 상당수는 급여나 업무 강도보다 '일하는 방식에 대한 불일치' 때문이다. 문화는 보이지 않는 필터 역할을 한다. 맞는 사람을 끌어당기고 맞지 않는 사람은 자연스럽게 걸러내는 것이다.
문화가 위기를 견디게 한다
스타트업은 필연적으로 위기를 겪는다. 자금이 바닥나거나 제품이 실패하거나 혹은 핵심 인력이 떠나는 순간들. 이럴 때 조직을 지탱하는 것은 전략 문서나 사업 계획서가 아니라 사람들 사이의 신뢰와 공유된 믿음이다. '우리는 이렇게 일하는 팀이다'라는 정체성이 명확할 때, 구성원들은 어려운 순간에도 함께 버틸 이유를 찾는다.
에어비앤비가 팬데믹으로 매출의 80%를 잃었을 때도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소속감(belonging)'이라는 핵심 가치가 내부에 깊이 뿌리내려 있었기 때문이다. 위기 속에서도 서로를 존중하고 투명하게 소통했던 문화가 조직을 지켰다.
문화는 확장 가능한 자산이다
조직이 성장하면서 가장 먼저 무너지는 것이 문화다. 초기 멤버들끼리는 암묵적으로 통하던 것들이 신규 입사자가 늘어나면서 흐려진다. 이때 명확하게 정의되고 체계화된 문화는 확장 가능한 자산이 된다.
구글의 OKR, 아마존의 리더십 원칙처럼 문화를 시스템화한 기업들은 수만 명으로 커져도 초기 정신을 유지할 수 있었다. 반대로 문화를 방치한 조직은 성장과 함께 정체성을 잃고 혼란에 빠진다.
시작이 중요하다
조직문화는 나중에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처음 몇 명이 모여 일하는 방식, 첫 갈등을 해결하는 방법, 초기 성공과 실패를 대하는 태도가 그대로 DNA가 된다. 그래서 창업 초기부터 문화를 의도적으로 설계해야 한다.
'어떤 팀으로 기억되고 싶은가?', '어떤 가치를 지키며 성장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답하는 것이 바로 전략의 시작이다. 조직문화는 더 이상 부차적인 것이 아니다. 스타트업이 살아남고 성장하기 위한 핵심 전략이다.

0 댓글